올해는 우리나라 최초의 원양어선이 부산항을 출발한 지 50주년 되는 해이다. 작은 선박 1척으로 시작해 1970년대 말 850여 척으로 최대 번성기를 구가하고, 도하어젠다개발·자유무역협상 등 개방화 흐름 속에서 침체기를 맞기까지 원양어업은 험난한 역사를 거쳐왔다. 해양수산부와 <국정브리핑>은 개방화 시대 원양어업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 글싣는 순서
①한미FTA와 원양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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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경남 한국원양어업협회 회장 |
“원양산 생선이 결국 수입산 생선 아닌가요?”
이런 질문을 종종 접할 때가 있다.
일반 소비자들은 물론이고 때로는 수산업계 종사자들조차 원양산 생선과 수입산 생선의 차이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볼 때마다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해외 어장에서 어획하는 만큼 원양산 생선이나 수입산 생선이 뭐 다를 게 있겠느냐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생각인 것 같다.
이런 인식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수입산 생선과 달리 원양산은 우리 어선이 직접 조업을 해 잡은 생선으로 품질 면에서 수입산에 비해 월등히 우수하다. 먼 대양에서 우리 어선이 직접 잡아 선상에서 곧바로 급속 냉동 처리한 뒤 우리나라로 반입하기 때문에 수입산에 비해 신선도가 뛰어나고 유통과정에서 오염될 가능성이 훨씬 적다.
원양산 수산물, 청정해역서 어획 후 급속냉동 처리한 A급 제품
우리나라에 많이 수입되는 외국산 생선은 주로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제3국 어선들이 잡은 생선으로 이들 나라의 어선들은 대부분 낡고 규모가 작은 어선들이어서 어획 후 보관 처리 상태가 우리 어선들을 도저히 따라올 수 없다.
특히 우리 원양어선은 대서양, 인도양, 태평양 등 먼 바다, 즉 대양에서 조업을 하지만 수입 수산물은 제3국 어선들이 주로 자국의 연안수역이나 근해에서 잡은 것이 대부분이다. 상대적으로 우리 원양어선이 잡은 생선들이 덜 오염되었다고 할 수 있다. 먼 대양의 청정해역에서 조업을 하는 특성 때문에 사실상 친환경 생선을 잡는다고 말해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지난 1997년 수산물 수입 전면 자유화 조치가 이뤄진 이후 올해로 꼭 10년째를 맞고 있다. 그동안 저가 수입 수산물이 국내에 마구잡이로 들어오면서 우리 원양어업은 경쟁력을 잃고 더 이상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 수산물 수입 완전 자유화 조치 이후 첫 해인 1998년에는 수입량이 75만3000t이었으나 최근에는 국내 생산량과 거의 맞먹을 정도로 급증했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수입 완전 자유화 체제에서도 관세 장벽이 어느 정도 우리 원양어업을 지탱해 주었지만 앞으로는 각국과의 FTA 체결로 이러한 보호막마저 사라지게 되었다.
원양산 수산물에 대한 합리적 유통체계 마련 절실
원양어획물이 품질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수입 수산물에 대한 가격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저가 수입 수산물에 휘둘리게 되는 근본 원인은 원양어획물 유통구조의 취약성 때문이다.
연근해어업의 경우 단위조합별로 산지 위판장을 중심으로 유통체계가 형성되어 있고 중도소매상 및 소비지 대형 수산시장이 잘 발달해 있어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 결정이 이뤄지고 있는 반면 원양어획물의 경우 이러한 유통체계나 합리적 가격 결정 메커니즘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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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모 대형마트에서 운영하고 있는 원양산 수산물 직거래 코너. |
그동안 업계 스스로 원양어획물과 수입 수산물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은 데다 정부 역시 정책적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대다수 소비자들은 수입수산물과 원양어획물을 동일시하고 있다. 연근해 어획물과 마찬가지로 우리 어선이 직접 잡은 ‘친환경 우리 수산물’이라는 원양어획물의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이 원양어획물에 대한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던 것이다.
따라서 FTA라는 개방화 파고에 직면한 지금은 수입산과 원양산을 차별화하는 홍보 정책을 한층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원양산과 수입산이 확연히 구별될 수 있도록 수산물 원산지 표시 규정을 재정비하고 우리 수산물 개념을 연근해 및 원양산 어획물로 정립, 우리 수산물 이용 확대를 적극 장려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여 나가야 한다.
수입산과 차별화 홍보로 원양산 브랜드화 필요
이러한 홍보 사업은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고 수년간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앞으로 원양어류에 대한 홍보 예산을 대폭 확충, 원양어류 전체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하철 광고 등 홍보사업을 정부가 확대 실시하기를 업계는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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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지하철에서 볼 수 있는 원양수산물 차별화 홍보물. |
아울러 전근대적인 원양어획물 유통체계를 바로잡고 합리적 가격 결정 메커니즘을 형성토록 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최근 들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소비 패턴이 재래식 시장에서 대형마트 등으로 급격히 바뀌어 나가고 있으나 원양어획물은 여전히 재래식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수도권 등 대도시 소비지를 중심으로 원양어획물 전용 판매 시스템을 구축해 원양어획물 판매를 보다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대단위 아파트 단지 등을 대상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직거래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이같이 원양어획물 유통기반을 확충하고 생산자 직판 및 업종별 공동 가공, 공동 판매를 적극 지원하는 한편 원양산 생선의 우수성을 소비자들에게 깊이 각인시켜 나간다면 우리 원양업계는 험난한 FTA 파고를 분명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